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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노자 일상

퇴근하고 집에가는 길 (퇴사 결심)

이번주 퇴근시간은
월요일 12시
화요일 11시반
수요일 12시
목요일 12시
금요일 12시
퇴근하며 4번이나 막차를 타고 왔고 금요일엔 너무 힘들어서 남차진구가 데리러 와줬습니다. 막차라도 타서 다행입니다.

화요일과 수요일 원래 두번의 회식이 있었는데 참가하지도 못했네요 ㅠㅠ
이미 가겠다고 다 얘기한 상태라 돈은 내야겠죠.

제가 맡고 있는 안건이 참 마음대로 쉽게 풀리지 않아서 퇴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하루 15시간씩 일을 하니 멘탈이 나가고 머리가 띵합니다.

팀에 두명의 직원이 있는데
한명은 굉장히 손이 빠르고 문제해결하는 방식도 효율적입니다.
다른 한명은 손이 느리고 문제가 생기면 어쩔줄 몰라 방치하는 타입입니다. 제가 진척상황을 물어보면 그제서야 우물쭈물하며 보고하는 식이죠.
그래서 이 직원에게는 3시간 간격으로 상황을 물어보고 있습니다. 문제는 계속 발생하고 써야할 보고서는 산더미이지만 계속 진척상황이 신경쓰여 제대로 집중할 수 없네요. 우선순위를 먼저 생각해 해결하려 하지만 그 어느것도 다 중요해 난감한 상황이 많이 발생합니다.

화요일 막차타고 돌아오는 길이 손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생각해보니 점심 도시락 싸간 것만 먹구선 저녁도 안먹고 계속 앉아서 일만 했습니다.
벌써 자정이라 뭔가를 먹기가 꺼려졌지만 도저히 이상태로는 집까지 가다 쓰러질 것 같아서 삼각김밥을 사먹으며 걸어갔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먹으며 가니 눈물이 쏟아지네요. 뭘 위해서 이렇게까지 일을 해야 하나 싶고, 이 경력이 내 장래에 정말 도움이 될 것인지, 내가 이일은 정말 좋아하나? 라는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전 계속 이렇게 일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제의 경험을 교훈삼아 점심이라도 든든히 먹기로 했습니다. 회사에서 10분 거리의 한식집에 가서 돌솓비빔밥을 먹었습니다. 깍두기도 듬뿍듬뿍 올려 많이 먹었더니 저녁 7시8시까진 배가 안고프더군요.

목요일은 회사 주변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회사 주변에 유일한 팬시 레스토랑이죠.

오랜만에 타코라이스를 시켜먹었습니다. 아보카도가 너무 먹고싶어서 시켰는데 양이 너무 작아요ㅠㅠ담번엔 곱빼기를 시켜야겠어요.

금요일은... 정말 생각하기 싫었던 하루 였습니다.
곧 공개를 앞둔 소프트웨어가 있는데 은행에서 마지막 확인차 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점심 즈음에 화면에 URL이 표시 되지 않는다며 신청서에 썼던 내용과 달리 기능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 개발팀이고 이 내용을 전달받은건 도입팁입니다.
도입팁에서 이 기능에 대해 시험을 했냐고 물어봅니다. 전 당연히 첨 보는 기능이고 한 적도 없다고 대답했죠. 혹시나 소스가 망가졌나 싶어 제작회사인 중국(오프 쇼어발주, 해외로 확대된 아웃소싱이라는 뜻)에 급히 질문을 했습니다. 그렇게 두세시간을 허둥대다가 결론은 탑화면 URL과 동일한 값을 설정했기 때문에 표시가 생략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이건 이 기능의 사양이라 버그도 고장도 아니였습니다.
근데 도입팀에서 시험을 다시 해서 문제없는지 확인하라는 겁니다. 전 황당하더군요. 기능추가부분의 기본적인 시험 원칙은 이번에 추가된 기능만을 중점적으로 하는 업그레이드 시험과 이번에 추가한 기능의 소스코드 작성시 이전 버전의 소스코드를 만졌다면 그 영향을 우려해 디그레이션 시험만으로 이루어집니다. 전 당연히 디그레이션 시험에 이번 기능추가 소스가 영향을 가진 부분만 시험했습니다. 지금까지 추가된 기능을 모두 시험하다간 3,4개월이 있다해도 다 끝내지 못할 겁니다. 그때 황당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해서 제대로 반박하지를 못했죠. 너무 서럽고 화가나더군요. 화장실로 가 엉엉 울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제대로 선을 긋고 설득을 했어야 했는데 이번 개발 업무가 처음이다 보니 혹시나 내가 시험항목을 빠트렸던 것은 아닌지 덜컥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게 점심 한술 뜨고 벌어진 일이라 도시락은 고스란히 쓰레기통으로 직행했습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루를 버티는게 힘들었습니다. 점심도 저녁도 제대로 안먹은 터라 속이 메스껍고 토할 것 같더라구요.

오늘은 자기전에 저의 ES와 CV를 어플라이 해야겠습니다. 가능하면 IT업계, 금융업계가 아닌 곳으로 알아보고 싶네요. 전 원래 저널리즘이나 홍보 등에 흥미가 있었음으로 퍼블릭 릴레이션쪽으로 알아보고 싶네요. 

Good Day!